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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여행/ 스페인 그라나다 햐얀골목길과 알람브라궁전을 보다./알람브라궁전/

해외여행

by 새로운 골뱅이 2016. 6. 2.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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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의 알람브라궁전

   


 
스페인, 안달루시아지방의 대표 도시 그라나다(Granada)는 석류라는 뜻을 가졌다.

어쩜 도시 이름이 석류일까? 이름을 써놓고 보면 입속으로 새콤하게 침이 고였다.

 

그라나다를 가기 전에도 그랬고 다녀온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탐스럽고 소박한 그곳을 떠올리면 언제나 가슴 속으로 새콤하게 고여 드는 새하얀 이미지들이 있다.

 분명 석류는 붉고 보석처럼 빛나는데 마음속의 그라나다는 새하얀 이미지들로 알알이 박혀있다.

 800년을 빛내던 이슬람 문화와 그 뒤를 이은 가톨릭 문화가 공존하는 오래된 도시, 그라나다.

 알람브라 궁전을 마주하고 있는 또 하나의 언덕, 알바이신

도시 어디서나 보이던 알람브라 궁전(Palacio de Alhambra).

 실제로 사람들은 알람브라 궁전 때문에 그라나다에 열광한다.

 성벽 안으로 화려하게 얽혀있는 이슬람과 가톨릭 두 개의 문화. 나도 그 궁전 안에 그라나다의 모든 비밀이 숨어있을 거라 생각했다.

단, 새하얀 언덕의 동네 알바이신(Albaicin)을 오르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 골목을 걷기 전까지는 말이다.

알람브라 궁전을 마주하고 있는 또 하나의 언덕, 알바이신. 그곳으로 이어지던 수많은 골목에 매료되어 오래도록 떠나지 못했다.

 여행자가 길 위에 잠시 걸음을 멈춘다는 것은 아주 많이 마음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골목 때문이었다.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때문이었다.

마치 평생 그곳에서 눌러앉은 것처럼 여유로워지던 새하얀 골목들. 걸을수록 풍경이 낮아지던, 나를 부추기던 겸손한 골목. 눈을 감고 다시 그날을 걸어본다.

산 니콜라스 전망대(Mirador de San Nicolas)가 있는 언덕으로는 여러 갈래의 골목이 있지만 결국 모든 골목은 한 곳에서 만나게 된다.

길을 잃고 싶어도 잃을 수가 없는 골목이다.

 그래서 약속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골목이다. 우리가 각자 헤어져 어느 골목을 선택하더라도 그 골목의 끝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만약, 이 지구에서 나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래서 우리가 만나야 할 약속 장소를 정하라면,

그라나다에서 그리고 골목의 끝 전망대에서 만나자고 약속하겠다.

 

누구라도 그 새하얀 골목을 지나다 보면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이므로. 결국, 만나고야 말 것이므로. 그렇게 아무 골목으로나 들어가서 천천히 걷는다.
 

 

 

 

 
 모퉁이를 꺾어질 때마다 비밀처럼 드러나는 각기 다른 알람브라 궁전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걸어온 만큼 높아지고 깊어진 골목. 새하얀 집들과 집들 사이로 액자처럼 걸린 알람브라 궁전을 보게 된다. 

전체를 볼 수는 없다. 집과 집 사이의 간격만큼, 골목의 넓이만큼 보는 것이다.

모퉁이를 돌거나 꺾어질 때마다 은밀하고도 중요한 비밀처럼 드러나는 매번 다른 부분의 알람브라궁전. 그 풍경을 사랑한다.

알람브라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 안에서의 알람브라를 사랑한다.

걸으면 걷는 만큼 달라지는 모습. 한참을 걷다가 골목의 끝 광장에서 결국 드러나는 알람브라.

 골목에서 조각조각 발견되던 궁전의 어느 부분들이 한꺼번에 맞춰지며 탄성이 터진다.

발아래 드러나는 그라나다의 완벽한 파노라마,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만년설을 병풍 삼아 펼쳐지는 언덕 위의 알람브라궁전. 그 모든 풍경을 내가 가져간다.

비싼 값을 치르고도 떠밀려 다니면서 관람하는 것이 아니다.

 내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나는 매일 그런 방법으로 알람브라 궁전을 조금씩 훔쳤다.

 어떤 골목이 성채의 탑을 더 잘 보이게 하는지, 야경이 더 아름다운 골목은 어디인지. 그것은 골목과 나만 아는 비밀이었다.

 비밀은 그 골목에 있었다. 매번 혼자 걸었지만 한 번도 혼자였던 적 없던 골목.

밤의 가로등 아래 집시의 노래가 등을 밀었고, 오후의 태양을 휘저어 놓듯 플라맹고가 강렬하게 나를 부추겼다.

 좁거나 넓고 가파르거나 잠시 부드러워지는 골목은 군데군데 시멘트의 흔적이 보이지만 대부분 오래된 자갈들이 햇볕에 반사되어 화사하다.

붉은 지붕 아래 회벽의 집들은 집시의 웃음처럼 자유롭다. 유럽의 흔한 골목 같지만, 그곳엔 이슬람의 향기가 짙다.

옛 이슬람교도들의 후손들이 아직도 향신료를 팔고 아랍 물건들을 판다. 와인에 취하는 골목이 있고 춤과 노랫소리가 들리는 모퉁이가 있다.

그곳에서 종일토록 앉아 해바라기를 하는 노인이 있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화가의 그림에도 알람브라 궁전이 별빛 아래 빛나고 있었다.

나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골목 안에서 만화경처럼 다양한 그라나다를 만난다. 바쁜 사람들은 여행을 와서도 여전히 바쁘다.

 궁전을 보러 왔다고 궁전만 본다면 그것은 궁전마저 보지 못한 것이다.

 궁전 이외의 모든 그라나다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비밀의 골목, 알바이신. 큰길만 고집하는 사람은 큰길을 걷겠지만, 가끔 골목길로 접어들어 골목의 안팎을 본다면,

그 속의 사람들을 만난다면 큰길보다 더 큰 길을 걸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궁전 매표소 입구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냥 가지 말라고,

  그 골목을 걸어보라고, 모든 비밀은 새하얀 골목에 있다고 전하고 싶었다.

석류 알갱이보다 투명하게 빛나던 그 날의 골목들. 그 골목 끝으로 사라지던 노을이 도시를 감싸면 비로소 그라나다는 붉은 석류가 되던 시간을 나는 기억한다.

 

글/ChosunBiz변정모 여행작가  옴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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